【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스웨덴은 사회복지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도 혁신적이고 인권 중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1993년에 제정된 ‘특정 장애인을 위한 지원 및 서비스 법(Lagen om stöd och service till vissa funktionshindrade, 이하 LSS)’은 장애인의 사회적 참여와 자립을 법적 권리로 명확히 보장하면서 장애인 복지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었다.
LSS는 크게 세 가지 장애 그룹을 대상으로 한다. 첫 번째는 발달장애나 자폐와 같은 선천적 장애를 가진 사람, 두 번째는 뇌 손상 이후 지적 장애가 지속된 사람, 마지막으로는 일상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신체적·정신적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이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은 단순한 돌봄 차원을 넘어, 자립생활을 보장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적극적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LSS의 개인 활동 보조 서비스는 장애인의 구체적 욕구를 반영하여 철저히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장애인은 직접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 내용을 설정하고, 이 내용은 전문가 평가를 통해 지원 시간이 결정된다.운영 방식도 혁신적이다. LSS 신청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애인 본인 또는 보호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이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 장애유형, 요청하는 서비스의 종류와 필요 사유가 포함된다. 이후 자치단체는 전문가 평가팀을 통해 신청인의 기능적 능력, 일상생활의 어려움, 서비스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면담과 현장조사 등을 거쳐 지원 여부와 범위를 결정한다.결정은 통상 3개월 이내에 이루어지며, 결과에 불복할 경우 행정 항소가 가능하다.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직접 신청하면 지방정부가 전문가 평가를 통해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또한 지원을 받을 기관과 보조인을 장애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자율성과 만족도가 매우 높다. LSS는 개인 활동 보조 외에도 다음과 같은 10대 주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 및 개인 맞춤 지원 ▲동행 서비스 ▲개인 연락 담당 ▲단기 보호 시설 ▲휴식 서비스 ▲특별 주거지 제공 ▲이동 지원 및 차량 조정 ▲성인 대상 시설형 거주 ▲일상생활 보조 ▲직업 및 여가 활동 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첫 번째인 상담 및 개인 맞춤 지원은 장애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서비스이다. 해당 서비스는 지역 자치단체 소속의 사회복지사나 상담 전문가가 담당하며, 장애인의 일상생활, 건강, 교육, 직업, 주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삶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함께 진행한다.예를 들어, 초기 상담에서는 장애인의 강점과 욕구를 중심으로 지원 계획서를 공동 작성하고, 이 계획은 정기적으로 점검 및 갱신되며, 필요한 경우 다른 서비스와 연계되는 허브 역할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은 단편적인 지원이 아닌, 삶 전반에 걸친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동행 서비스는 장애인이 병원 진료, 문화행사 참여, 쇼핑, 친구 방문 등 혼자서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이다.이 서비스는 단순한 교통 보조를 넘어서, 외출 시 전반적인 안내와 동행, 필요한 경우 의사소통 보조 및 상황 판단 지원까지 포함된다. 서비스 이용자는 사전에 동행 목적과 시간을 명시하여 신청하며, 공공기관이나 민간 제공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개인 연락 담당(Contact person)은 장애인이 사회적 고립을 느끼지 않고 일상에서 정서적·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서비스는 장애인과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상담, 여가 활동 동행,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하여 운영된다. 개인 연락 담당자는 전문 직업인이 아닌 경우도 많으며, 오히려 일상적 관계를 맺는 친구나 멘토와 유사한 형태로 활동한다.예를 들어, 외로움을 느끼는 발달장애 청년에게 매주 1~2회 함께 산책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 제도는 장애인의 정서 안정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매우 유연하고 인간 중심적인 접근으로 평가받는다.단기 보호 시설은 장애인 가족이 입원, 출장, 과로 등 일시적인 휴식이나 비상 상황으로 인해 장애인을 돌볼 수 없는 경우, 장애인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마련된 임시 거주 서비스이다.이 시설은 주로 주말이나 방학 기간, 또는 보호자가 부재하는 짧은 시간 동안 이용되며, 숙식과 일상생활 지원이 함께 제공된다. 단기 보호 시설은 정규 거주지와 동일한 수준의 편의와 보조 인력이 갖춰져 있으며, 장애인이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휴식 서비스는 장애 아동이나 성인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이 정기적이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돌봄을 대신 맡길 수 있도록 제공되는 제도이다. 이는 가정 내 또는 외부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보통 훈련된 보조 인력이 주말이나 특정 시간대에 방문해 보호자의 역할을 임시로 수행한다.예를 들어 장애인의 부모가 주 1회 개인적인 시간이나 친구와의 만남, 휴식 등을 위해 이 서비스를 신청하며, 일정 시간 동안 자녀와 함께 놀이, 식사, 간단한 외출을 동행해주는 보조인이 가정을 방문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가족 구성원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돌봄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별 주거지는 중증 장애인이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LSS 제도 하에서 제공되는 맞춤형 주거 서비스이다. 이 주거지는 일반적인 주택 구조를 기반으로 하되, 이동 편의성, 안전성, 위생 및 접근성을 고려하여 설계되며, 각 거주자에게 개별적인 방과 생활공간이 제공된다. 동시에 공동 주방이나 거실과 같은 공유 공간을 통해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된다. 시설 내에는 생활 보조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며, 필요 시 간호나 응급 대응도 가능하도록 운영된다.예를 들어, 한 특별 주거지에서는 발달장애 성인 4명이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함께 요리하거나 산책을 나가며,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동시에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주거 형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존엄과 자립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이동 지원은 앞서 언급한 교통보조 서비스와 연계되며, 장애인의 상황에 따라 특수 차량 이용, 공공 교통비 보조,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차량 조정은 자가 운전이 가능한 장애인을 위해 차량에 휠체어 승하차 장치, 수동 또는 전동 조작 장치, 운전석 개조 등의 개별적 기술 보조를 제공하는 제도이다.예를 들어, 하지장애를 지닌 당사자에게 차량 페달 조정과 손 조작 운전장치 설치를 지원하며, 비용은 대부분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이와 같은 조치는 단순한 이동권 보장을 넘어, 장애인의 사회적 자율성과 자립 생활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성인 대상 시설형 거주는 자립이 어려운 성인 장애인을 위해 제공되는 생활 시설로, LSS 법에 따라 생활 보조와 일상 관리, 사회적 활동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 시설은 보통 소규모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애인의 생활습관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필요 시 24시간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예를 들어, 시설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각자의 방과 공동생활 공간을 함께 사용하면서, 식사, 위생, 시간 관리, 대인관계 등의 일상 기능을 훈련받는다. 주간에는 직업 활동이나 여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저녁에는 담당 사회복지사 및 생활보조인과 함께 일정을 계획한다. 이러한 시설은 단순한 보호의 공간을 넘어, 성인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자립생활을 위한 중간 단계의 거주모델로 기능하고 있다. 일상생활 보조는 장애인이 식사, 세면, 의복 착용, 정리 정돈, 건강관리 등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중증 장애로 인해 혼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며, 보조 인력이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거나 공동생활 공간에서 일상 업무를 도와준다.예를 들어, 뇌병변을 지닌 성인 여성 장애당사자가 매일 아침 일어나 보조인의 도움으로 세면과 옷 갈아입기, 약 복용을 마친 뒤 직장에 출근하며, 퇴근 후에는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주간 계획을 점검한다. 이러한 일상 보조는 장애인의 생활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자립성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직업 및 여가 활동 지원 항목은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생산적이고 즐거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직업 활동 지원은 작업장 배치, 사회적 기업 연계, 보호 고용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과 흥미에 맞는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및 코칭이 제공된다. 여가 활동 지원은 스포츠, 문화, 예술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며, 지역사회 시설이나 기관과 협력하여 접근성을 높인다.또한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LSS는 장애인보조공학기구 지원 제도를 운영한다. 휠체어, 보행기, 의사소통 보조기구 등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보조기구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업데이트까지 책임지고 있다.이러한 기구 지원을 통해 장애인의 독립성과 사회 참여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LSS에 따라 제공되는 직업재활 서비스는 주간활동의 형태로 운영되며, 이는 보호된 작업 환경이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이 생산적 활동에 참여하도록 돕는다.이러한 직업재활 활동은 단순한 노동참여를 넘어,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나아가 LSS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 보호(community-based support)’ 개념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특별 주거지나 소규모 공동생활 시설을 통해 가능한 한 장애인이 자신이 익숙한 환경 속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며,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일상적 교류와 참여를 적극 장려한다. 이러한 지역사회 보호 접근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고립이나 시설화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LSS는 스웨덴 교육법과 연계하여 장애아동 및 청소년이 통합교육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보조교사나 특수교육 전문가의 배치를 통해 학습 접근성을 높인다.예를 들어 지적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학급이 일반 초등학교 내에 함께 배치되어 있으며, 이 학급에서는 최대 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2명의 특수교육 교사가 협업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시각·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보조공학기기(예: 점자 디스플레이, 화면 낭독 소프트웨어), 교통보조 서비스, 그리고 교내 심리사회 지원팀이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장애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한다. 이처럼 통합교육은 단순한 물리적 배치가 아니라 개별 지원 중심의 조정과 협업으로 실현되고 있다.LSS 제도의 비용은 주로 스웨덴 국민들이 부담하는 높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2023년 기준, 스웨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LSS 관련 예산으로 약 91억 스웨덴 크로나(약 1조 4천억 원)를 지출했으며, 이는 전체 복지 예산의 약 4.5%에 해당한다. 장애인이 받는 모든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무료이며, 비용 문제로 인해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장되고 있다.이러한 제도 운영은 높은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다만, 서비스 오남용을 방지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웨덴 사회보험청과 지방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연 1회 이상 수혜자와 제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시간 청구나 비전문 인력 투입 방지를 위한 지침도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있다.물론 과제도 있다. 제도의 높은 비용은 스웨덴 국민의 높은 세금으로 충당되며, 서비스 오남용이나 품질 관리와 같은 현실적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지속적인 평가와 제도 개선으로 극복해 가고 있다.스웨덴의 LSS 제도는 장애인의 자립과 참여를 ‘권리’로 명확히 규정하고, 장애인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다.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개선에 있어 자율성 증대, 맞춤형 서비스 강화, 지원 인력의 전문성 및 서비스 품질 향상, 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평가 체계의 표준화가 필요한 점을 스웨덴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앞으로 우리나라도 스웨덴의 사례를 참고하여 장애인의 실질적인 자립과 사회 참여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 마련과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한 투명한 시스템 구축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개선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물론 스웨덴은 고율의 조세와 복지재정을 바탕으로 LSS를 운영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재정 및 사회구조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리 기반 접근과 개인 맞춤형 서비스 설계, 지역사회 중심의 지원 체계 등은 한국 복지체계에 충분히 적용 가능한 선진적 모델이다. 따라서 스웨덴의 LSS 제도를 한국 사회 현실에 맞게 변용하고 도입할 수 있는 정책적 연구와 실증적 검토가 앞으로 더욱 요구된다.-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칼럼니스트 김경식 bioman92@naver.com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